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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  누군가를 만나고 가까워지는 것에 조금은 어색함과 귀찮음이 늘어가는 나. 
    지난 7년 동안 난 사람들과 조금씩 멀어지는 일에 더욱 친숙해졌다. 
    김광석 님이 불러주시던 소절 마냥, 난 혼자 걷는 이 길이 반갑게 느껴질 무렵, 혼자라는 이유로 불안해했고, 
    어디 알 만한 사람 없을까 하고 찾다, 만난 지 십 분도 안 돼 벌써 싫증을 느꼈던 그런 하루하루를 보냈다고 느껴진다. 
    며칠 전 이 아이들의 사진을 길에서 담아두고는 한참을 바라봤다. 
    애들은 꼭 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, 또다시 한참을 바라봤다. 
    또 어느 날이 되면, 너희에게 싫증이 나, 내가 어딘가 쑥 처박혀 나오지 않는다 해도, 
    너희는 꼭 좀 행복했으면 좋겠다. 
    가끔은 투닥거리며 마음이 상해했던 적도 있었을 테지만, 그래도 내 속마음은 너희 둘은 꼭 좀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. 
    
    그리고 S의 조언처럼 너는 친구가 없어서, 더 그런 거 같아. 얼마 전 만났던 C가 참모든 일에 심드렁하신 것 같아요. 
    라는 말을 듣고는 자화상을 그렸던 많은 화가처럼, 나도 자화상을 찍어보고 싶어졌다. 
    매일 담을 자신은 없지만, 사진에 찍혀나가 멈춰있는 나를 바라보며, 나도 너희 둘에게 바라는 행복을 스스로 바라봤음. 
    그런 나를 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. 
    
    
    
    			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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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  우리는 같은 하늘 아래 있지만, 서로가 다른 하루를 산다. 
    
    
    
    			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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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  도시는 새벽에 온전히 하루를 살아 하루를 버는 존재들에게만 평온함을 준다. 
    아무도 없는 새벽을 걷는다는 건 잠시 도시의 왕이 되는 것 같기도 하지만, 
    호퍼의 그림 속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, 
    아젯의 영혼을 만날 것 같다는 기대도 하게 한다. 
    
    새벽은 무모함이 솟구치는 시간일까?
    
    
    			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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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  아무도 없는 밤의 인사
    
    어두운 밤을 새우고 도착한 휴게소에는 굳게 닫힌 출입문에 Bonjour라는 인사말만이 반겨준다. 
    저 밝은 조명은 우리가 길을 잃지 않았다는 것만을 알려주는 것일까?
    그리고 길을 잃지 않은 것이겠지?
    
    			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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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  >그거 알아? 
    응? 
    >오빠가 나에게 정말 싱거운 소리로 한 것 말고, 필요하다. 선물해달라고 한 것이 이것이 처음이야. 
    응? 무슨 이야기야? 
    >나랑 만났던 지난 3년이 되도록, 내가 사줄 수 있는 것으로 사달라고 한 물건이 이게 처음이라고. 
    아. 그렇구나. 고마워. 잘 쓸게.
    >그렇게 무엇이든 가지고 싶은 욕구가 없을까.. 쯧..쯧..
    글쎄다. 난 여태껏, 필요한 것이 있으면 차분히 모아서 사던가, 될 수 없는 것이라면 그냥 생각을 안 하고 사는 것 같아. 
    너와 지낸 첫해인가? 마트에 갈 때마다 눈이 커지는 널 보고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말이야. 
    
    대걸레. 
    내가 이 사람과 만난 지 3년이 지나고, 처음으로 사달라고 한 물건이란다. 
    나라고 왜 가지고 싶고, 필요한 물건이 없을까. 
    우리 어머니는 병적으로 깔끔하신 분이다. 
    어릴 적 아버지께서 아이들을 씻겨 죽이겠다고 하셨고, 
    TV를 보시며 롤 테이프로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찍어 누르시는 분이라고 한다면 대충 느낌이 올 듯하다. 
    독립하고 상수동 어느 곳에 자리를 잡았던 시절. 
    이사 첫날 잠시 들러보시고 가시더니, 다음 날 말씀도 없이 들이닥치시며 하시는 말씀,
    >어제 내가 잠깐 화장실을 썼는데, 변기에 앉아 본 세면대 밑이 너무 더러워, 오늘 약속 길에 그것을 닦으러 오셨단다.
    아.. 엄마....
    
   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. 원하든 원하지 않든 어떤 부분은 반드시. 
    나에게는 대걸레가 필요했다. 
    엎드려 걸레질을 하는 것이 힘들었으니깐. 
    이 부분은 닮고 싶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, 그래서일까 내 책상은 한없이 더럽다. 
    그러나 화장실은 깨끗해야 한다. 
    나와 엄마. 
    내 안에서 그 둘은 공존하는가 보다. 
    
    오늘도 청소를 끝내고 대걸레를 바라보니, 테이프로 바닥을 찍찍 누르고 계실 어머니가 생각이 난다. 
    
    
    
    			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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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  지난달에 부모님께서 유럽을 다녀가셨다. 
    두 분 모두 칠순이 거의 다 되신 나이인지라, 고되신 일정이었을 테다. 
    하지만 이곳에 내가 지내면서 언젠가는 한번 다녀가시길, 
    바랬던 마음을 해치울 수 있을 것 같아, 급작스럽게 우기듯 오시게 했다. 
    늘 좋다는 말보다는 불평이 앞서시는 아버지가 마지막에 오길 잘했네… 라는 말씀으로. 
    공항에서 쉬운 일 하라 공부시켰더니, 이리 고생한다며 결국 눈물을 쏟고 가신 어머니의 말씀도.
    모든 것이 다 흘러가는 바다에 흘러간 것처럼 평온하게 느껴졌다. 
    가슴 속에 체증이 하나 내려간 것 같지만, 내 욕심 혹은 욕망을 채우는 자위의 연속이 아닌가도 의심스럽다.
    지난주 바라본 에트르타의 바다는 빗방울이 거셌지만, 작년에 바라본 바다는 잔잔하고 눈이 부셨다. 
    지난주도 오늘도 여전히 난 불안하다. 
    
    
    
    			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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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  우리의 봄은 민식이와 함께 온다. 
    
    오늘따라 이 아이의 칭얼거림이 더욱 심하다. 
    요 며칠 볕이 좋더니 이 아이의 발정기가 왔나 보다. 
    매년 볕이 따뜻해지면 기가 막히게 발정이 오는 아이. 
    한동안 집안이 시끄럽겠다. 
    세상만사에 제 짝이 있다는데, 이 생명은 무슨 인연으로 우리 집에 동거녀가 되어 짝을 못 만나고 있을까. 
    사실 수술도 생각해 봤지만, 그래도 새끼를 한 번 정도는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싶어 망설이고 있는
    주인의 우유부단함에 간혹 찾아오는 발정을 홀로 이겨내고 있다. 
    
    이 아이도 괴롭겠지만, 설상 괴롭다고 크게 느끼는 건 나다. 
    이 기간이 되면 도도함을 버리고 한시라도 내 곁을 떠나지 않으려 한다. 
    올해도 봄이 왔나 보다. 
    민식이의 3번째 봄. 그리고 파리 생활의 7번째 봄. 
    올해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간혹 내가 있는 곳이 헷갈리는 2015년. 
    봄이다.